조정위원출신 변호사가 본 상간소송 피고 방어, 3,000만 원 청구가 전부 기각된 이유
상간소송 소장을 받았는데 상대방이 사진과 문자까지 제출했다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마 이것일 겁니다.
“이 정도 증거가 있으면 그냥 합의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나 사진이나 연락 내역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피고 측을 대리했던 한 사건에서도 원고는 사진,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등을 근거로 3,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피고에게 불리해 보일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별 증거가 실제로 무엇을 증명하는지 나누어 살펴본 결과,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소송비용 역시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 자체보다 “증거가 있다”는 말과 “법률상 책임이 입증됐다”는 말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상간소송 피고라면 무엇부터 따져야 하나요?
상간소송은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입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정하고 있고, 제751조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제3자가 부부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부정행위’는 반드시 성관계가 확인되어야만 성립하는 개념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부정행위를 간통보다 넓은 개념으로 보며, 구체적인 행위의 정도와 상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따라서 피고 입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사진이 있느냐, 문자가 있느냐”가 아닙니다.
그 자료들이 전체 맥락에서 부정행위와 불법행위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입증하는가를 따져야 합니다.
이것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사진·문자가 제출됐다면 이미 불리한 사건일까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사진 한 장, 메시지 한 문장만 떼어 놓고 판단하기보다는 장소, 대화 전후 맥락, 만남의 성격, 다른 사람의 동석 여부, 연락이 오간 이유와 시기 등 전체 사정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제가 대리한 사건에서도 원고가 제출한 자료는 적지 않았습니다.
사진이 여러 장 있었고, 문자메시지 캡처와 통화내역도 제출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료의 ‘개수’보다 각 자료가 실제로 무엇을 입증하는지부터 나눠 봤습니다.
사진의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된 것인지, 두 사람만 있었는지, 사진 속 행동만으로 어떤 관계까지 추론할 수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부나 일정 조율, 업무와 관련된 내용과 부정한 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을 구분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주장하는 부정행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점을 중심으로 다퉜고, 3,000만 원의 위자료 청구는 전부 기각됐습니다.
같은 방식이 모든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원고가 붙인 증거의 제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증거가 실제로 증명하는 사실의 범위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상대가 결혼한 줄 몰랐다”는 주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간소송에서는 피고가 상대방의 혼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미혼 또는 이혼한 사람처럼 설명했는지, 당시 피고가 접할 수 있었던 정보가 무엇이었는지 등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혼인 사실을 알 수 있는 사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도 이를 외면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검토할 때도 당사자의 설명만 듣기보다 당시 실제로 오간 메시지와 대화 흐름, 관계가 시작된 경위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미 부부관계가 파탄돼 있었다면 책임이 없어지나요?
이 부분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 제3자와 성적 관계를 맺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기존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고 “별거 중이었다” 또는 “이혼 이야기가 오갔다”는 말만으로 자동으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2024년 판결에서, 부정행위 당시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상태였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제3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따라서 이 방어를 검토한다면 단순한 주장보다 실제 별거 경위, 이혼 절차 진행 여부 등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6678 판결은 배우자 사이의 이혼 원인에 관한 위자료 청구에서 혼인 파탄에 대한 부부 쌍방의 책임이 대등하다고 판단돼 서로의 위자료 청구가 기각된 사안에서는, 제3자에게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를 별도로 청구하는 것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 역시 모든 상간소송에서 “부부에게 서로 잘못이 있으면 제3자가 면책된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 판결이 전제로 한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있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더 자세한 사건 내용은
아래 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상간소송 소장을 받았다면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할까요?
📌 첫 번째는 상대방에게 바로 연락해 해명하거나 합의를 약속하지 않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보낸 메시지가 오히려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두 번째는 소장에 첨부된 증거를 종류별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사진은 사진대로, 메시지는 전체 대화 흐름대로, 통화내역은 시기와 빈도별로 정리해야 합니다.
📌 세 번째는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과 실제 증거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자주 만났다”는 주장과 실제 만남 횟수, “연인 관계였다”는 주장과 메시지 내용처럼 하나씩 대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그 자료를 토대로 청구 자체를 다툴 것인지, 일부 책임을 전제로 조정을 검토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피고가 청구를 다투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민사소송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정한 경우 법원이 청구원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소장을 보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저는 결국 조정에서도 소송에서도 상대방이 주장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느 사실까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지를 구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상간소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Q. 사진이 여러 장이면 상간소송에서 부정행위가 인정되나요?
사진의 숫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이 촬영된 장소와 상황, 두 사람의 행동, 다른 증거와의 연결 등을 종합해 판단할 문제입니다. 부정행위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의 정도와 상황을 고려해 평가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준입니다.
Q. 성관계 증거가 없으면 무조건 청구가 기각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부정행위를 성관계보다 넓은 개념으로 보고 있으므로 성관계의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상대방이 이미 별거 중이라고 했다면 책임이 없나요?
별거 사실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부정행위 당시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이 쟁점이 되며, 이를 주장하는 제3자에게 그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소장을 받았다면 ‘질까, 이길까’보다 먼저 볼 것이 있습니다
상간소송에서 가장 먼저 결정할 문제는 합의금 액수가 아닙니다.
원고가 무엇을 주장하고 있고, 제출한 증거가 그 주장 가운데 어디까지 뒷받침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특히 사진·메시지가 다수 제출됐거나, 기혼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를 두고 주장이 엇갈리거나, 상대 부부가 이미 별거·이혼 절차 중이었다는 사정이 있다면 각각 다른 법적 쟁점이 생깁니다.
이런 경우라면 합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소장과 증거 전체를 기준으로 책임 성립 여부와 방어 범위를 먼저 정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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